2009년 11월 12일
나무에게 부탁드림 外 2 편 - 윤후명 -

나무에게 부탁드림
윤후명
나무가 말하기를
어두운 밤에도 난 홀로
견딥니다
환과고독이라고 하지만서도
외로움은 공부할수록 더 짙어지는 법
그냥
뚱이,
그 여자와 자고 헤어져
이별 이별 이
별이 빛나고
나는 나뭇잎사귀 배를 타고
먼 바다로 나간다
세상은 뜻밖에 내게
나무야 너는 나보다 오래 살겠지
잘 봐두렴 옹이 눈을 뜨고 잘 좀 내가
못보고 온 날 밤은
누군가의 꿈을 꾼다
그 누군가가 내 골을 빠갠다
내 골 속에 들어있는
내게 언약하며 내밀었던
마디 토막토막 잘라져
땟국 흐르는 내 이부자리에
죽은 벌레로 기어다닌다
슬프지 않다 매우
징그럽지 않다 매우
다만
깬다
왜 파리 목숨일까
연꽃은 진흙에서 피고
파리는 똥통에서 피는데
날아다니기까지 하는데
날개도 있는데
왜? 연꽃 목숨?
이를 죽이다 죽이다
할 수 없이 얼려 죽인 추억이
사랑이 얼마나 지독한지
추억이 얼마나 멀리 멀
리 있는지
니가 혹시 날개가 있다고
착각하는 건 아냐?
겨드랑이가 간지럽다고
착각하는 건 아냐? 아니냐구!
# 1980년대 말에 '세계의 문학'이란 문예지에서 위에 올린 윤후명의 시 3 편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. 그래서 찾아보니 '문학과 지성사'에서 나온 시집 중에 그의 '名弓'이란 책이 있어서 구입해 읽어보았는데 그의 초기시여서인지 위의 시 세 편과는 시의 경향이나 느낌이 많이 달라서 좀 실망을 했었다. 그 후 민음사에서 그의 '원숭이는 없다'란 소설집이 나왔는데 표제작의 주인공인 소년이 곡마단의 우리에 있는 원숭이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 손을 내밀었다가 할큄을 당하고는 아무리 고독한 처지에 있어도 그 고독을 함부로 나누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. 또 얼마 후에 그의 후기 시들을 모은 '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'란 시집이 나와서 읽어보니 위 세 편을 포함한 비슷한 느낌의 시들이 실려 있었는데 중년의 상처와 회한이 담겨 있어 많은 공감이 갔다.
그에 대한 또 다른 기억 하나. 2000년 쯤엔가 롯데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 그의 문학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아이를 들쳐업고 힘들게 찾아갔는데 술에 취해서 30분이나 늦게 나타나서는 이런저런 신변잡사를 늘어놓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실망을 했다. 역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먼 산의 눈이 아름답고 적이 아닌 유태인이 위대한 것인가보다...
# by | 2009/11/12 13:58 | 좋은 시 | 트랙백 | 덧글(0)




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