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무에게 부탁드림 外 2 편 - 윤후명 -























   나무에게 부탁드림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윤후명

 

나무가 말하기를
어두운 밤에도 난 홀로
견딥니다
환과고독이라고 하지만서도
외로움은 공부할수록 더 짙어지는 법
그냥

땅은 내 여자의 몸
뚱이,
그 여자와 자고 헤어져
굽혀오던 길
이별 이별 이
별이 빛나고
나는 나뭇잎사귀 배를 타고
먼 바다로 나간다
세상은 뜻밖에 내게
죽음을 강요한다
나무야 너는 나보다 오래 살겠지
잘 봐두렴 옹이 눈을 뜨고 잘 좀 내가
어떻게 죽는지
 
 
    너의 언약
 
누군가를 보러 외딴 길 갔다가
못보고 온 날 밤은
누군가의 꿈을 꾼다
그 누군가가 내 골을 빠갠다
내 골 속에 들어있는
낭자(娘子)의 손가락
내게 언약하며 내밀었던
손가락
마디 토막토막 잘라져
땟국 흐르는 내 이부자리에
죽은 벌레로 기어다닌다
슬프지 않다 매우
징그럽지 않다 매우
다만
베갯잇이 조금 젖는다
 
 
         목숨
 
파리 한 마리가 평화를
깬다
왜 파리 목숨일까
연꽃은 진흙에서 피고
파리는 똥통에서 피는데
날아다니기까지 하는데
날개도 있는데
왜? 연꽃 목숨?
이를 죽이다 죽이다
할 수 없이 얼려 죽인 추억이
있는 사람은 알지
사랑이 얼마나 지독한지
추억이 얼마나 멀리 멀
리 있는지
니가 혹시 날개가 있다고
착각하는 건 아냐?
겨드랑이가 간지럽다고
착각하는 건 아냐? 아니냐구!
 
 

# 1980년대 말에 '세계의 문학'이란 문예지에서 위에 올린 윤후명의 시 3 편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. 그래서 찾아보니 '문학과 지성사'에서 나온 시집 중에 그의 '名弓'이란  책이 있어서 구입해 읽어보았는데 그의 초기시여서인지 위의 시 세 편과는 시의 경향이나 느낌이 많이 달라서 좀 실망을 했었다. 그 후 민음사에서 그의 '원숭이는 없다'란 소설집이 나왔는데 표제작의 주인공인 소년이 곡마단의 우리에 있는 원숭이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 손을 내밀었다가 할큄을 당하고는 아무리 고독한 처지에 있어도 그 고독을 함부로 나누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. 또 얼마 후에 그의 후기 시들을 모은 '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'란 시집이 나와서 읽어보니 위 세 편을 포함한 비슷한 느낌의 시들이 실려 있었는데 중년의 상처와 회한이 담겨 있어 많은 공감이 갔다.
   윤후명은 시와 소설을 병행해서 쓰는 작가인데 시보다는 소설에 더 치중하는 듯하다. 그의 소설은 몽환적인 내용을 시처럼 버무려 넣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. 

   그에 대한 또 다른 기억 하나. 2000년 쯤엔가 롯데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 그의 문학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아이를 들쳐업고 힘들게 찾아갔는데 술에 취해서 30분이나 늦게 나타나서는 이런저런 신변잡사를 늘어놓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실망을 했다. 역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먼 산의 눈이 아름답고 적이 아닌 유태인이 위대한 것인가보다... 

 

by annbolin | 2009/11/12 13:58 | 좋은 시 | 트랙백 | 덧글(0)

병든 가을 - 아뽈리네르 -


 
     병든 가을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아뽈리네르

병든 가을 사랑하는 가을아
버들 강변에 북풍이 몰아치고
사과밭에 눈 내리면
너는 사라지리라
가엾은 가을아
눈과 영근 과일
이 白色과 豊饒 속에서 너는 사라지리라
하늘 속 솔개는
아무도 사랑해보지 못한
초록 머리 난장이 요정 위로 떠돌고
멀리 숲 가에는
사슴이 울어댔다
나는 사랑한다 계절이여 너의 스산함을
따지 않아도 떨어지는 과일
흐느끼는 바람과 숲
잎새에서 잎새로 흐르는 가을 눈물
짓밟히는
낙엽
굴러가는
기차
흘러가는
목숨이여

by annbolin | 2009/11/07 12:14 | 외국시 산책 | 트랙백 | 덧글(2)

낙엽 - 쟈끄 프레베르 -

과거길 중에 으뜸 가는 문경새재길


             낙엽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 쟈끄 프레베르

아, 나는 우리가 친구였던 행복한 그 시절을
네가 기억하기를 바래
그 때는 지금보다 삶이 더욱 아름다왔고
태양도 더 뜨겁게 타올랐었지
낙엽이 수북이 쌓인다
너는 알고 있지 내가 잊지 않았다는 걸
낙엽이 수북이 쌓이고 추억과 회한도 쌓인다
그리고 북풍은 그것들을
차가운 망각의 어둠 속으로 데려가버린다
너는 알고 있지 네가 불러주던 그 노래를
내가 잊지 않았다는 걸
그것은 우리들을 닮은 노래야
나를 사랑했던 너
너를 사랑했던 나
우리 둘은 언제나 삶을 함께 했었지
나를 사랑했던 너
너를 사랑했던 나
그러나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구나
아주 조용하게 소리도 없이
그리고 바닷물은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
모래 위에서 지워버린다

by annbolin | 2009/10/30 11:45 | 외국시 산책 | 트랙백 | 덧글(6)

국화 옆에서 - 서정주 -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 국화 옆에서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 서 정 주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봄부터 소쩍새는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그렇게 울었나 보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천둥은 먹구름 속에서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.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  

by annbolin | 2009/10/27 16:38 | 나의 애송시 | 트랙백 | 덧글(0)

코스모스 - 이형기 -

코스모스

 
     코스모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이형기

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
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.

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
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.

송두리째--희망도, 절망도,
불타지 못하는 육신

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
귀뚜리 우는 섬돌가에
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.

그러기에 더욱
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
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.

까마득한 하늘가에
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
코스모스는 지리.

by annbolin | 2009/10/19 14:21 | 좋은 시 | 트랙백 | 덧글(0)

◀ 이전 페이지          다음 페이지 ▶